인연

Posted 2008/07/0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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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딱 한번 겪을까 말까한 신기한 일을 겪었다.

2008년 7월 2일. 밤 10시무렵. 비가 오고 있었고 나는 공부를 마치고 학교에서 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별생각 없이 걸어가고 있는 나에게 술에 잔뜩 취한 아저씨께서 갑자기 말을 시켰다.

"용인 시내로 나가려면 어떻게 가야되??, 아 버스 진짜 안태워주네"

약주를 많이 드신것 같았다. 회식을 하신 후에 버스를 잘못타서 용인 외대 종점까지 오게 되셨다고..
우리학교는 무척 길기 때문에 밤늦게 갑자기 종점에서 내렸을 경우 정문으로 내려가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 10분이상 걸어야지 끝이 나오는데 그분, 아마 무척 당황하셨던 것 같다.

비도 오고 몸도 제대로 못가누시는 모습이 꼭 아버지같고, 안타까워 택시정류장까지 안내해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같이 내려가는데 갑자기 떡볶이 차량을 보시더니 소주한잔 하자고 하신다. 처음본 사이여서 살짝.. 망설였지만 나쁘신분은 아닌 것 같고, 그리고 원래 내가 술을 좋아하니까.. 순대에 소주한잔을 하기로 했다.

소주 2병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면접보는 기분 같기도 했고, 예비 장인어른을 뵙는 기분 같기도 했다.. ㅎ 요즘 매일 5분동안 거울을 보며 웃는연습을 한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계속 웃어드리며 좋은 인상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경훈이는 외대의 얼굴같다."
"외대 학생들 정말 똑똑한 것 같다."
"LG쪽 취업 생각 있으면 꼭 연락해라."

현재 LG에 근무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LG 인사담당자가 친구라며 한 10번정도 전화를 하시는데 비록 밤이 늦어 전화통화는 안됬지만 기분은 좋았다. 살짝 아쉬웠다. ㅋㅋ 갑자기 지갑에서 사진을 하나 보여주시더니, 따님이라며 외대 서울캠퍼스 태국어과 08학번인데 나에게 소개시켜주고싶고;; 집에 가자고 하셨다.

이뻣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 집에, 그리고 밤이 깊었는데 어딘지도 모르는 집에 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다음에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택시태워서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택시아저씨께서 동행인이 없다면 택시를 안태워주신다고 했다.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결국에는 동행해서 그 집까지 갔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5xx-x xxx호. 잊지 못한다. 주소 외웠다;

택시비가 생각보다 많이나와 출혈은 조금 컸지만.. 술 취하신분 집까지 잘 모셔다 드린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아저씨께서 자고가라고 계속 말씀하셔서.. 어쩔수 없이 집에 들어갔는데 기대했던 따님은 지금 아르바이트를 가서 볼수가 없었다.

그렇게 집에서 만두와 계란을 안주로 한잔 더 하고 아침에 일찍 나왔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밤새 일어났던 일들이 꿈인지.. 생신지.. 아저씨랑 순수한 만남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집에 가시기 위해서 나한테 입서비스를 계속 해주신 것 같기도 하고.. ㅎㅎ 그래도 여튼, 아무렴 어떤가??  술취해서 외대까지 오신 분 무사히 집까지 보내드렸다는 점에서 내가 했던 행동에 후회는 없다. 만족한다.

세상에 인연이라는 것이 존재 하는구나.. 이렇게 사람을 알게될수도 있구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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